이삼식 교수 한양대 정책학과

 통계청의 추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9년부터 감소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인구성장시대가 종료하고, 인구감소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집단별로 인구 감소는 저연령층에서 시작해 점차 고연령층으로 확대된다. 학령인구(특정 교육의 이수의무를 가지거나 교육기관에 다닐 수 있는 연령에 속한 인구)만 해도 초등학령인구, 중학학령인구, 고등학령인구, 대학학령인구 등의 순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초등학령인구(6~11세)는 2020년 272만 명에서 2040년 209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20년 동안 136만 명이 감소한 데 이어 향후 20년 동안 63만 명이 추가 감소할 것이다. 중학학령인구(12~14세)는 같은 기간에 136만 명에서 102만 명으로 34만 명이 추가 감소할 전망이다. 고등학령인구(15~17세)도 138만 명에서 92만 명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대학학령인구(18~21세)는 2020년 236만 명에서 2040년 119만 명으로 과거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과거에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던 이유는 진학률이 계속 높아져 학생수가 오히려 일정 시기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후 의무교육 확대 등으로 중·고등학교 진학률이 100%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저출산 현상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바로 학생수의 감소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대학교 학령인구의 감소가 학생수 감소로 이어지는 시기는 초·중·고에 비해 연기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세계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대학진학률이 한때 80%를 상회하는 등 아주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2000년대에 유학생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다시 높아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더 낮아질 가능성마저 있다. 유학생 증가세도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대학교 학령인구의 감소도 바로 학생수 감소로 직결될 것이다.

과거에는 학교 인프라 공급이 학생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학교와 교실은 만원이었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 교육정책은 학교 인프라(교원, 학교, 교실)를 양적으로 확충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저출산 현상으로 학생수가 빠르게 감소하자 기존의 인프라 공급은 점차 과잉상태로 전환되고 있다. 이미 교실당 학생수, 교사당 학생수 등 일부 수급지표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에 비해 낮고, 조만간 최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원·학교 줄이는 양적 조절방식으로는 한계

결국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급균형을 위해 교원과 학교를 줄이는 양적 조절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과소학급, 과소학교로 아동 사회화 곤란, 학교 영세화, 교육 접근성 저하 등으로 교육의 질이 악화되므로 무한정으로 인프라를 줄여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통적인 교육의 시간적 프레임, 공간적 프레임, 내용적 프레임 등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시간적 프레임으로 학교교육의 수요를 학령기에 한정하기보다 모든 생애주기로 확대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과거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기에는 20대 초반까지 모든 교육을 끝내고, 20대 중반부터 50대에 일을 하고, 은퇴 후 여가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100세 시대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생애주기에서 교육, 일, 여가를 동시에 병행해야 할 것이다. 즉, 평생교육이 보편적 교육이 되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학교는 학령기 아동뿐만 아니라 다른 생애주기의 교육 수요까지 맡는 장(場)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원은 정규수업, 방과후 활동, 평생학습 등 역할에 따라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야 할 것이다.

공간적 프레임으로 학교를 소규모화해서라도 접근성을 유지하고, 이들 학교를 일정 지역 내에서 사이버공간으로 연계해 독립적 수업과 협동적 수업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접한 학교 간에는 일정 주마다 함께 모여 수업하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은 사이버 온라인 교육을 지향하고, 오프라인 학교는 종합대학에서 특성화대학으로 전환해 전문화와 소규모화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한다.

내용적 프레임으로 초등학교부터 과목별 및 동일한 과목 내에서 분야별(예로, 수학의 경우 미적분, 확률, 통계 등)로 세분화하여 전담교사제로 전환한다. 기존의 직업 지향적인 과목의 시간을 줄이고, 대신 놀이, 자연환경, 여가문화, 골프 등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과목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학생수가 줄어든다고 학교를 없애 타 용도로 전환할 경우 지역사회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교육 기능, 더 나아가 정신적인 지주가 사라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