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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판매 막히고 임원 중징계…은행·증권사 "차라리 안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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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승한 작성일20-10-11 18:2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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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1년새 27% 급감

펀드 판매보수 비중 미미한데
당국, 은행에 까다로운 요구
주식형펀드 판매도 16% 감소
부실책임 떠넘기자 고사 위기

동학개미 직접투자 뛰어들며


◆ 벼랑 끝 펀드산업 (下) ◆

"이런 분위기로 가면 펀드산업에 곧 위기가 닥칠 겁니다. 내년 사업계획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습니다."(A자산운용사 대표)

국내 펀드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펀드 판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은행들에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고, 최근에는 라임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 3곳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펀드업계가 처벌 리스크와 시장 위축이라는 줄악재를 만난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수탁은행에 대해 사모펀드 감시·감독 의무까지 행정지도 식으로 부여하자 수탁은행이 수탁(자산 매입·보관) 업무를 거부하거나, 수탁 보수를 최대 50bp 이상으로 통상적인 관행(2~5bp)의 최대 10배 가까이 올리는 상황이다.

사모펀드 잔액은 기관투자가라는 큰손이 버티고 있어 8월 말 기준 422조원으로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 판매분이 줄어드는 속도는 가파르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로 홍역을 치른 후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 논란까지 겪고 있어 은행에서 사모펀드 판매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주식 직접 투자가 늘어나며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 수탁액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사모펀드까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산운용업 자체가 침체기로 들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자 리테일 사모펀드 판매액이 급감했다. 최근 여의도 한 증권사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승환 기자>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설정액 기준)은 8월 기준 1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조3983억원)에 비해 27% 감소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판매사에 분기마다 사모펀드 운용 현황을 의무적으로 점검하라는 내용으로 행정지도를 하달한 점도 펀드 판매 위축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은행에서 사모펀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은행에서는 전체 사모펀드 중 7.9%인 25조원이 판매됐는데, 올해 8월엔 21조원으로 5%만을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판매 시에는 은행장 결제도 필요하고 이사회 승인까지 요구한다고 하니 어느 은행에서 사모펀드를 팔겠냐"며 "사모펀드 판매보수가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아닌데 자신이 책임지면서 사모펀드를 판매하려는 이사진이나 행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장이 개별 펀드 가입 문제를 일일이 관리하기 힘든데 어느 회사가 사모펀드 판매에 선뜻 나서겠냐는 반응이다. 하나은행은 아예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했다. 그나마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운용사들은 형편이 낫지만 최근 책임이 강화되자 수탁은행들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펀드가 아예 설정조차 되기 힘들어 사모펀드 전반적인 위기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판매사를 통해 고객을 모은 사모펀드마저 수탁은행을 구하기 힘들어 펀드 출시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다.

아직 제재가 떨어지지 않은 증권사들도 최근에는 고객들에게 펀드를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모펀드 신뢰 문제에다 공모펀드는 수익률 자체가 랩 상품보다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실질적으로 깜깜이 투자이기도 하고 만기가 길기 때문에 오래 투자했을 때 수익을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느끼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위기 전에도 공모펀드 자금 유출은 진행 중이었다. 최근 '동학개미'를 필두로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그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주식형 공모펀드 판매잔액은 올해 8월 25조2000억원으로 1년 새 15.7% 감소했다. 전문가 손을 거친 간접·분산투자의 미덕이 퇴색한 것이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PB 전무는 "고액 자산가는 코로나19 이전 2~3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를 이미 많이 해지한 상태"라며 "최근 변동폭이 커지면서 해외 주식도 펀드보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직접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제림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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