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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 H-6 폭격기(위쪽)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대만 공군 F-16 전투기가 근접비행을 하면 감시하고 있다. /사진=대만 국방부, 로이터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325] 중국 군용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고위 관료가 대만을 방문한 이후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군사 도발 행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7일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 군용기들은 지금까지 12일에 걸쳐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크라크 차관이 대만에 머물던 기간에는 중국 군용기 수십 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서면서 군사 대치 상태까지 조성됐다.

중국군이 대만의 대비 태세를 알아보기 위해 끊임없이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만을 공격하는 루트를 서·남·북쪽으로 나눠서 대만이 어떻게 대응하는 훈련을 해뒀는지 확인하고 이를 회피하거나 돌파할 작전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최근에는 군용기를 동원해 중국군의 군사 도발을 견제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군의 RC-135W(리벳조인트) 정찰기가 중국 군용기가 활동한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서 비행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또 미 해군의 정찰기 EP-3도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 경계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정찰 활동을 벌였다.

중국은 대만을 향한 위협 수위도 높이고 있다. 중국군은 공식 웨이보 계정에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과 군인들의 포격 훈련 영상을 올렸다. 영상 끝엔 "전쟁이 일어나면, 이것이 우리의 대답이다"라는 글을 넣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최근 "미국은 대만을 지원하는 '불장난'을 멈추라"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에 계속 반기를 든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대만 정책에 대한 연설에서 "우리는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고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군사력 사용의 문을 열어놓았다.

대만은 중국과의 압도적 군사력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 지원에 기대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개입 가능성 때문에 군사행동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대만에 군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미국은 1955년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지만 중국과 수교하면서 1979년에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했다. 그 대신 미 의회는 '대만 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을 제정해 군사 안보 분야 지원 근거로 삼고 있다. 법 조항은 미국 대통령은 의회에 즉시 대만에 대한 안보적·경제적·사회적 위협과 그에 따른 미 국익의 위험을 알려야 함을 규정하고, 대통령과 의회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치를 결정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미국이 중국의 대만 공격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률에 미국 대통령과 의회가 협의해 파병 결정을 내린다는 절차가 규정돼 있는 것이다. 만약에 미국 대통령의 지위가 불확실해지면 이런 절차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미 의회 전문매체인 '더 힐'에 실린 세스 크롭시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전 해군 차관보)의 기고문 제목은 '미국 대선이 대만에는 위험일 수 있고, 중국에는 기회일 수 있다'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진행 중이거나 결과가 나오지 않은 혼란함을 노리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한 글이었다. 중국이 속전속결로 군사작전을 펼치면 미국이 개입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를 수용할지 않을 수 있다고 계속 언급하는 것이 태평양 건너 대만 사람들에게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한 이상 중국군은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의 주요 목표를 미사일로 공격한 뒤 공수부대를 투입해 장악한 뒤 재빨리 '더 이상 희생이 없게 하자'고 제안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한 셈이다.

앞서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지난날 한 강연에서 중국과 대만 간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마 전 총통은 "미국 국민들이 대만을 돕겠다는 의지가 높지 않고 거리도 너무 멀다"면서 "미국이 대만을 도울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마 전 총통은 9월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양안 관계와 대만 안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중국의 대만 공격 전략은 단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 대만이 미군의 지원을 기다릴 기회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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